DX도 안 끝난 조직이 AX를 말할 때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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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nerated: 2026. 7. 1.

DX도 안 끝난 조직이 AX를 말할 때 생기는 일
프롤로그: AI를 얹기 전에 일이 먼저 보여야 한다
AX라는 말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AI Transformation. AI 전환. AI 퍼스트. 최고AI책임자. 사내 챗봇. 프롬프트 공모전. AI 협의체.
말만 보면 모든 기업이 곧 AI 기업이 될 것 같다. 그런데 현장에 내려가면 이상한 장면이 나온다.
견적은 엑셀 파일 여러 개로 흩어져 있고, 승인 내역은 메신저 대화방에 묻혀 있다. 고객 불만은 담당자 기억에 남고, 업무 기준은 오래된 PDF와 구두 관행 사이를 떠돈다. 회의록은 있지만 결정 사항은 없다. 데이터는 있지만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 상태에서 AX를 외치는 것은 조금 무리다.
내 생각은 분명하다. DX조차 완성되지 않은 조직이 AX를 말하는 것은 대체로 어불성설에 가깝다. 다만 그렇다고 AI를 기다리자는 말은 아니다.
현실적인 AX는 거창한 AI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의 병목을 디지털화해 훗날 AI가 도울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일이다.
최근 읽은 책 『AI 최전선』은 AI 퍼스트 조직이 되기 위한 여러 사례를 보여준다. 스타벅스, 모더나, 칸아카데미, 수지 같은 조직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면 위험하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AI를 빨리 깔자”가 아니다.
AI가 붙을 수 있는 업무 구조를 먼저 만들었다는 점이다.
I - AX는 DX의 대체재가 아니다
책은 샘 올트먼, 리드 호프먼, 빌 게이츠 등 여러 인물의 관점을 빌려 AI가 마케팅, 생산성, 고객 경험, 조직 운영을 어떻게 바꿀지 설명한다. 핵심 메시지는 낙관적이다. AI는 도구를 넘어 동료가 되고, 지식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며, 기업은 AI 퍼스트로 움직여야 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순서가 중요하다.
DX는 종이를 디지털 파일로 바꾸는 일이 아니다. 업무 흐름을 보이게 만들고, 데이터가 남게 만들고, 반복되는 결정을 시스템 안으로 옮기는 일이다. AX는 그 위에서 작동한다.
AI는 보이지 않는 업무를 자동화하지 못한다. 기록되지 않은 판단을 학습하지 못한다. 흩어진 파일과 암묵지와 담당자 감으로 굴러가는 조직에 AI를 붙이면, 자동화가 아니라 더 빠른 혼란이 생긴다.
| 구분 | 겉으로 보이는 목표 | 실제로 먼저 해야 할 일 |
|---|---|---|
| DX | 업무를 디지털로 전환 | 업무 흐름, 책임, 데이터 위치를 명확히 하기 |
| AX | AI로 생산성 향상 | 병목 업무를 AI가 읽고 도울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 |
| 실패한 AX | 챗봇·툴 도입 | 기존 혼란을 더 빠르게 재생산 |
| 현실적 AX | 작은 병목 개선 | 사람이 반복해서 막히는 지점을 디지털화하고 AI 보조 붙이기 |
McKinsey는 디지털 전환의 성공률이 꾸준히 낮았고, 30% 미만만 성공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1 이 숫자는 AX 논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DX에서 실패한 조직이 AI 도구만 더한다고 갑자기 전환 역량을 얻지는 않는다.
AI는 조직의 약한 부분을 숨겨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II - 병목을 찾는 것이 전략이다
많은 기업의 AX 전략은 도구 목록에서 시작한다.
ChatGPT Enterprise를 도입할까. Copilot을 살까. 사내 챗봇을 만들까. RAG를 붙일까. 프롬프트 교육을 할까.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첫 질문으로는 약하다.
좋은 출발점은 이것이다.
“우리 조직에서 일이 가장 자주 멈추는 곳은 어디인가?”
책에 나오는 모더나 사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더나는 생성형 AI를 전사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기본 IT 인프라부터 점검했다. 이후 mChat, ChatGPT Enterprise, 프롬프트 공모전, AI 챔피언 조직으로 확장했다. OpenAI의 공개 사례에 따르면 모더나에는 회사 전반에 750개의 GPT가 만들어졌고, 주간 활성 사용자 중 40%가 직접 GPT를 만들었다.2
여기서 핵심은 GPT의 개수가 아니다.
사람들이 자기 업무의 막히는 지점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AI 실험으로 바꿀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는 점이다.
현실적인 AX는 이렇게 시작한다.
flowchart LR A[업무 병목 발견] --> B[업무 흐름 기록] B --> C[데이터 위치 정리] C --> D[반복 판단 기준 명문화] D --> E[작은 AI 보조 실험] E --> F[성과·위험 검토] F --> G[표준 업무로 편입]
이 흐름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기업에는 이런 지루한 작업이 필요하다. 견적 승인, 계약 검토, 고객 문의 분류, 영업 통화 요약, 교육 자료 제작, 내부 보고서 작성, 재고 예측, 채용 후보자 정리처럼 반복되는 병목을 하나씩 디지털화해야 한다.
AI는 그다음에 붙는다.
III - AI는 모든 업무에 같은 효과를 내지 않는다
AI를 무조건 믿는 것도 위험하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과 BCG의 연구는 생성형 AI가 지식 노동자의 속도와 품질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AI의 능력 안에 있는 과업에서는 속도가 25% 이상, 결과물 품질이 40% 이상 좋아졌다.3
하지만 같은 연구는 더 중요한 경고도 남겼다. AI가 잘하는 영역과 못하는 영역의 경계는 매끄럽지 않다. 연구진은 이를 “들쭉날쭉한 기술 경계”라고 불렀다. AI가 잘하는 과업에서는 성과가 오르지만, 경계 밖 과업에서는 오히려 판단을 흐릴 수 있다.3
이 말은 기업 AX 전략에 바로 연결된다.
AI 도입의 핵심은 “어디에나 AI를 쓰자”가 아니다. “AI가 지금 잘 도울 수 있는 업무와 아직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업무를 구분하자”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 분류, 초안 작성, 회의록 정리, 계약서 조항 비교, 사내 지식 검색은 비교적 좋은 출발점이다. 반대로 최종 법무 판단, 인사 평가, 규제 리스크 승인, 대형 투자 결정은 AI가 자료를 정리할 수는 있어도 책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책에서도 거버넌스를 반복해서 강조한다. 규제 산업에서는 AI가 검토를 돕더라도 최종 책임은 조직에 남는다. 이 지점은 과장 없이 중요하다.
AX의 성패는 AI 성능보다 업무 경계 설정에서 갈린다.
IV - 기업의 AX 전략은 작고 정확해야 한다
나는 기업의 AX 전략이 다음 세 문장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아직 DX가 안 된 업무를 인정한다.
둘째, 그중 조직 성과를 가장 자주 막는 병목을 고른다.
셋째, 그 병목을 AI가 도울 수 있는 데이터와 프로세스로 바꾼다.
이 방식은 덜 멋있다. 하지만 덜 위험하다.
AX를 전사 구호로 시작하면 교육, 툴, 캠페인, 협의체가 먼저 생긴다. 정작 현장의 병목은 그대로 남는다. 몇 달 뒤에는 “생각보다 AI 효과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 AI 효과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AI가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좋은 AX 과제는 작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전사 AI 혁신”보다 “고객 불만 접수부터 담당자 배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가 낫다. “AI 기반 지식경영”보다 “신규 직원이 3일 안에 자주 묻는 업무 기준을 찾게 하기”가 낫다. “AI 영업 혁신”보다 “영업 통화 후 후속 메일과 CRM 입력 누락을 줄이기”가 낫다.
작은 과제는 측정할 수 있다. 실패해도 손실이 작다. 성공하면 다음 병목으로 확장하면 된다.
이것이 현실적인 AX다.
V - AI 퍼스트보다 병목 퍼스트
『AI 최전선』은 AI 퍼스트를 강하게 말한다. 변화가 빠르니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맞다. 관망만 하는 조직은 뒤처진다.
다만 모든 조직이 모더나나 칸아카데미처럼 움직일 수는 없다. 리더십, 데이터, 인프라, 보안, 업무 문화, 현장 역량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AI 퍼스트”보다 “병목 퍼스트”가 더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AI를 먼저 보지 말고 일이 막히는 지점을 먼저 보자. 병목을 찾으면 필요한 데이터가 보인다. 데이터가 보이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보인다. 시스템이 정리되면 AI가 들어갈 자리가 보인다.
순서는 이렇다.
-
병목을 찾는다.
-
병목 업무를 기록한다.
-
입력과 출력을 표준화한다.
-
사람이 반복 판단하는 기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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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도울 수 있는 부분만 작게 붙인다.
-
품질, 시간, 위험을 같이 본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거대한 AX 조직을 만들 필요는 없다. 최고AI책임자라는 직함도 나중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직 안에서 일이 멈추는 순간을 정확히 보는 사람이다.
생각해볼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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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직에서 AI 도입보다 먼저 디지털화해야 할 업무 병목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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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AI가 도울 수 있는 일과 사람이 책임져야 할 일을 구분해두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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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 프로젝트의 성공 기준은 툴 도입률인가, 실제 병목이 줄어든 정도인가?
결론: AX는 AI 프로젝트가 아니라 업무 정리 프로젝트다
AX는 멋진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 DX의 숙제가 숨어 있다. 업무가 보이지 않으면 AI도 도울 수 없다. 데이터가 남지 않으면 AI는 근거를 가질 수 없다. 책임이 정리되지 않으면 자동화는 위험해진다.
기업이 지금 해야 할 일은 AI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쓰기 위해 더 냉정해져야 한다.
DX가 덜 된 조직일수록 AX를 작게 시작해야 한다. 전사 혁신 구호보다 병목 하나를 고르는 편이 낫다. 그 병목을 디지털화하고, 데이터를 남기고, 판단 기준을 정리하고, AI를 붙인다.
그렇게 쌓인 작은 성공이 기업의 AX 전략이 된다.
오늘 회의에서 바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각 부서에 한 가지만 물어보자.
“우리 팀에서 매주 반복해서 막히는 일은 무엇인가?”
그 답이 AX의 출발점이다.
Sources
🔗 관련 노트
Footnotes
-
McKinsey & Company, “The keys to a successful digital transformation,” 2018. https://www.mckinsey.com/capabilities/people-and-organizational-performance/our-insights/unlocking-success-in-digital-transformations ↩
-
OpenAI, “Moderna had 750 GPTs across the company,” Moderna customer story. https://openai.com/index/moderna/ ↩
-
Harvard Business School Digital Data Design Institute,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2023. https://d3.harvard.edu/navigating-the-jagged-technological-frontier/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