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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스스로 만든 규칙을 허무는 이유: EU AI법 규제완화의 역설

2026-04-15
6 min read
1037 words

유럽이 스스로 만든 규칙을 허무는 이유: EU AI법 규제완화의 역설


프롤로그: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잘못됐다'고?

모든 사람이 유럽의 AI 규제를 칭찬하고 있었다. GDPR이 전 세계 개인정보보호의 표준이 되었듯, EU AI법도 '브뤼셀 효과'를 만들어낼 거라고.

하지만 지금, 유럽은 자신이 만든 규칙책을 스스로 찢고 있다.

2024년 8월 AI법이 공식 제정되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 드라기 보고서는 이 법을 유럽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1 시행도 되기 전에. 이건 마치 집을 다 짓고 나서 설계도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2주 후인 2026년 4월 28일, EU 관계자들이 모여 디지털 옴니버스 법안의 최종 결정을 내린다.2 이 결정은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다. 유럽의 미래 — 혁신과 인권 사이의 균형점 — 을 결정짓는 분기점이다.


I – 드라기 보고서: '규제가 문제다'라는 새로운 교리

2024년 9월, 전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는 유럽 경쟁력에 관한 장문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진단은 명확했다. "급격한 개혁 없이는 유럽은 경제적, 지정학적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3

여기서 핵심이 나온다.

드라기는 유럽의 디지털 공간을 규율하는 과도한 법률 — GDPR과 AI법 — 을 경쟁력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규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건 대형 기업(대부분 비EU 기반)뿐이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은 아예 EU 시장 진입을 포기한다.

"규제의 순효과는 대형 비EU 기업만이 규정 준수 비용을 감당할 여력과 동기를 갖게 되고, 젊고 혁신적인 기술 기업은 EU에서 사업을 하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3]

하지만 여기서 역설이 등장한다. 드라기 보고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그는 기존 규제의 해체를 처방하지 않았다. 그가 강조한 것은 중복 제거, 집행 가속화, 투자 확대였다.4

그런데 정치인들은 이 보고서를 '규제 철폐'의 근거로 활용했다.


II – 디지털 옴니버스: 혁신의 이름으로 후퇴하다

2025년 11월, EU 집행위원회는 디지털 옴니버스 법안을 발표했다. GDPR과 AI법의 핵심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2

공식적인 개정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EU 회원국의 지정 지연과 표준화 기구의 작업 지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진짜 이유가 지연이라면, 더 빠르게 진행하라고 압박하거나, 인력을 충원하거나, 예산을 늘리는 게 논리적이지 않은가?

대신 EU가 선택한 길은 법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graph TD
    subgraph 공식명분 ["공식적 명분"]
        A["회원국 지정 지연"] --> B["표준화 작업 지연"]
    end

    subgraph 실제결과 ["실제 결과"]
        C["고위험 AI 규제 2028년으로 연기"] --> D["투명성 요건 후퇴"]
        D --> E["기업 자체 위험 평가 공개 의무 삭제"]
    end

    B -->|"해결책?"| C

    style 공식명분 fill:#fff3cd,stroke:#ffc107
    style 실제결과 fill:#f8d7da,stroke:#dc3545

핵심 변경 사항

영역 기존 규정 디지털 옴니버스 개정안
고위험 AI 시행일 2026년 8월 2028년 8월로 연기5
위험 평가 공개 AI 기업 공개 의무 공개 의무 삭제6
개인정보 범위 가명처리 데이터 포함 '비합리적 노력' 기준 제외 가능2
AI 훈련 데이터 엄격한 동의 기반 정당한 이익으로 처리 가능2

국제앰네스티는 이를 두고 이렇게 경고했다: "EU의 디지털 법률 '간소화' 제안은 AI에 먹이를 주기 위해 우리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이다."6


III – 진짜 질문: 규제 없는 혁신은 가능한가?

미국과 유럽의 AI 경쟁을 보는 시각은 단순하다. "미국은 자유롭게 혁신하고, 유럽은 규제에 묶여 뒤처진다."

하지만 이 프레임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GDPR이 시행된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전 세계 137개국 이상이 유사한 데이터 보호법을 도입했다.7 이것이 바로 '브뤼셀 효과'다. 유럽의 규제가 글로벌 표준이 되는 현상.

"유럽이 AI법을 약화시키면, 잃는 것은 규제만이 아니다. 글로벌 AI 거버넌스의 표준을 설정할 기회를 잃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서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은 유럽의 유일한 경쟁 우위 — 신뢰 기반 디지털 생태계 — 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EU의 AI 전략은 규제 해제와 혁신 촉진 사이의 긴장 속에 있으며, 단순한 규제 완화가 경쟁력 회복의 해답이 아니라는 것이다.8


IV – 4월 28일, 무엇이 결정되는가

2주 후 열리는 삼자 협의(trilogue)에서 EU 이사회, 의회, 집행위원회가 최종안을 조율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쟁점은 다음과 같다:

pie title 디지털 옴니버스 핵심 쟁점 분포
    "고위험 AI 시행 시점" : 30
    "투명성 요건 범위" : 25
    "GDPR 적용 범위 축소" : 25
    "AI 훈련 데이터 합법화" : 20

이사회와 의회가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단독 고위험 AI 시스템은 2027년 12월, 제품 내장형은 2028년 8월에 규제가 적용된다.5

다시 말해, 원래 2026년 8월이던 시한이 최대 2년 뒤로 밀렸다. 그 2년 동안 고위험 AI 시스템은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다.


💭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볼 질문

  1. 기업 친화적 규제 완화가 디지털 투명성과 기본권 보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유럽의 AI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2. 규제 완화와 투명성 요건 후퇴가 동시에 진행될 때, 유럽의 디지털 경쟁력과 AI 거버넌스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은 무엇인가?

  3. AI 규제의 투명성 요건 후퇴가 미국, 중국과의 디지털 경쟁에서 유럽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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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유럽이 정말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유럽의 선택지는 두 가지가 아니다. "규제 vs 혁신"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잘못됐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규제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드라기조차 규제 해체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것은 중복 제거와 집행 효율화였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핵심 보호 장치 자체를 걷어내는 것이다.

2주 후의 결정은 단순히 EU AI법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의 기본권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는가 — 이 질문에 대한 유럽의 대답이 될 것이다.

"AI 시대에 진짜 경쟁력은 규제를 없애는 데 있지 않다. 기술과 권리가 공존하는 시스템을 먼저 만드는 데 있다."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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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s

  1. Draghi's Competitiveness Report Shows Why the EU Needs a Pro-Innovation Approach Towards AI | Data Innovation

  2. Digital Omnibus: EU Commission Proposes to Streamline GDPR and EU AI Act | Latham & Watkins 2 3 4

  3. America and Europe have taken different routes on trying to 'control AI.' The results are stark | Fortune

  4. The Draghi Report Revisited: Artificial Intelligence | HCSS

  5. EU Digital Omnibus on AI update: Council and Parliament agreed positions | Addleshaw Goddard 2

  6. How EU proposals to "simplify" tech laws will roll back our rights in order to feed AI | Amnesty International 2

  7. The EU's Digital and AI Omnibus is Heading in the Wrong Direction | Jacques Delors Centre

  8. The EU's AI Power Play: Between Deregulation and Innovation | Carnegie Endow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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