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상상의 가치를 부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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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nerated: 2026. 7. 2.

AI 시대, 상상의 가치를 부여하라
프롤로그: 우리는 아직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말은 매일 들린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위축된다.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 어떤 기술을 배워야 살아남을지, 내 일이 언제 자동화될지 계산한다. 불안은 늘 구체적이고, 희망은 대개 흐릿하다.
그런데 김상욱 교수의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읽고 나면 질문이 조금 달라진다.
인간은 늘 기계와 경쟁해서 이긴 것이 아니다. 인간은 기계가 잘하지 못하는 곳에 새로운 의미를 만들며 살아남았다. 사진기가 등장했을 때 화가는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리려 하지 않았다. 미술의 개념을 바꿨다. 자동차가 인간보다 빠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100미터 달리기에 열광한다. 인간의 두 다리로 달린다는 사실에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AI 시대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는 사라지는 일자리만 세고 있다. 아직 새로 생겨날 일의 이름을 충분히 상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인간의 미래는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기술 이후에 무엇에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I - 인간은 원래 상상의 가치로 살아왔다
책의 중요한 문장은 이것이다.
“인간의 일에 상상의 가치를 부여하라.”
처음엔 조금 이상하게 들린다. 상상은 허구이고, 노동은 현실 아닌가. 하지만 인간 사회는 이미 상상 위에 세워져 있다. 돈, 국가, 법, 도덕, 직업, 명예, 예술, 스포츠, 브랜드, 학위, 자격증은 모두 인간이 함께 믿기로 한 사회적 실재다.
인간은 단순히 생존만 하는 동물이 아니다.
의미를 만든다. 의미를 나눈다. 의미에 돈과 시간을 쓴다. 그래서 기계가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되어도, 인간은 그 주변에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는 농업과 제조업의 많은 노동을 가져갔다. 그런데 인간은 모두 사라지지 않았다. 서비스업, 교육, 문화, 디자인, 상담, 엔터테인먼트, 연구, 기획, 커뮤니티, 경험 산업이 커졌다. 꼭 생존에 직결되지 않는 일들이 경제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이것은 인간의 약점이 아니라 능력이다.
우리는 필요만으로 살지 않는다. 이야기를 만들고, 취향을 만들고, 관계를 만들고, 의례를 만들고, 놀이를 만들며 산다. AI가 아무리 많은 문장을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해도, 인간은 여전히 “왜 이것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가”를 묻는다.
AI 시대의 일자리는 이 질문 주변에서 다시 생겨난다.
II - 일자리는 사라지기만 하지 않는다
불안을 무시할 수는 없다.
AI는 분명 많은 일을 바꾼다. 반복적 문서 작업, 단순 코딩, 고객 응대, 데이터 정리, 번역, 요약, 기본 디자인, 리서치 초안 같은 일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전체 그림은 한 방향만 가리키지 않는다.
세계경제포럼의 Future of Jobs Report 2025는 2030년까지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지만, 1억 7,000만 개의 새 역할이 생겨 순증 7,800만 개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1 국제노동기구도 생성형 AI가 전체 직업을 대체하기보다 많은 일을 보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2 OECD의 한국 노동시장 분석 역시 아직 AI가 전체 고용 규모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본다.3
이 숫자는 낙관만 하라는 뜻이 아니다.
전환이 크다는 뜻이다. 사라지는 일은 익숙해서 잘 보이고, 생겨날 일은 이름이 없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20년 전에는 유튜버, 앱 개발자, 데이터 라벨러, UX 리서처, 커뮤니티 매니저,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제품 매니저 같은 직업을 지금처럼 상상하기 어려웠다.
미래의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일 | 새로 커질 수 있는 일 |
|---|---|
| 반복 문서 작성 | AI 결과 검증과 편집 |
| 단순 고객 응대 | 고난도 관계 설계와 경험 관리 |
| 기본 코드 구현 | 문제 정의와 시스템 설계 |
| 자료 검색과 요약 | 의미 있는 질문과 관점 구성 |
| 규격화된 콘텐츠 생산 | 인간성, 맥락, 취향을 담은 콘텐츠 큐레이션 |
핵심은 일의 총량이 아니라 일의 성격이다.
AI가 반복을 가져가면 인간은 더 높은 층의 의미를 맡게 된다. 물론 그 전환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교육, 재훈련, 제도, 분배의 문제가 함께 따라온다.
그래도 우리는 한 가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새 일자리는 늘 먼저 상상 속에서 태어난다.
III - 불안은 상상력을 좁힌다
AI에 대한 불안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불안이 너무 커지면 미래를 보는 눈이 좁아진다. 우리는 “무엇이 사라질까”만 묻고, “무엇을 새로 만들 수 있을까”를 묻지 못한다.
책은 러셀의 질문을 가져온다. 100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공장에 50명의 일을 대신할 기계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50명을 해고한다고 말한다. 러셀은 왜 모두가 4시간씩 일하면 안 되느냐고 되묻는다.
문제는 기계가 아니다.
기계가 만든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정하는 인간의 제도와 상상력이다.
AI도 같다. AI가 생산성을 높였을 때 우리는 두 길 중 하나를 고른다. 일부를 해고하고 남은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킬 수도 있다. 아니면 더 짧게 일하고, 더 창의적인 일을 만들고, 더 나은 삶의 형태를 설계할 수도 있다.
flowchart LR
A[AI가 반복 업무를 줄임] --> B{인간의 선택}
B --> C[불안과 감축 중심]
B --> D[상상과 재설계 중심]
C --> E[남은 사람의 과로와 가짜 노동]
D --> F[새 역할·새 서비스·더 나은 삶]
F --> G[새 일자리와 새 문화]
여기서 상상의 가치는 낭만이 아니다.
경제 전략이다. 사회 전략이다. 개인의 생존 전략이다.
AI가 잘하는 일을 붙잡고 버티는 대신, AI가 만든 빈 공간에 어떤 인간적 가치를 넣을지 결정해야 한다. 더 좋은 돌봄, 더 깊은 교육, 더 정교한 상담, 더 풍부한 문화, 더 개인화된 경험, 더 건강한 공동체가 모두 그 후보가 된다.
IV - 더 나은 삶으로 진보한다는 믿음
나는 인간이 결국 더 나은 삶으로 진보할 것이라고 본다.
그 믿음은 순진한 낙관이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고통 속에서도 제도를 고치고, 기술을 길들이고, 새로운 의미를 붙여왔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불평등도 있었고, 착취도 있었고, 가짜 노동도 생겼다.
그래도 방향은 있었다.
우리는 더 오래 살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고, 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는 쪽으로 움직여왔다. AI도 그 흐름 안에 놓을 수 있다.
그러려면 AI를 단순히 효율의 도구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
AI가 반복을 덜어냈다면, 그 시간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AI가 지식을 쉽게 꺼내준다면, 우리는 어떤 지혜를 만들어야 하는가. AI가 콘텐츠를 무한히 만든다면, 인간은 어떤 경험에 더 깊은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가.
AI 시대의 진짜 능력은 대체되지 않는 기술이 아니라, 새롭게 가치가 될 것을 먼저 상상하는 힘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AI로 사람을 줄이는 상상은 쉽다. AI로 고객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상상은 어렵다. 하지만 새 일자리는 후자에서 생긴다.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경험, 새로운 관계, 새로운 교육, 새로운 돌봄에서 생긴다.
V - 가짜 노동이 아니라 좋은 일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조심할 점도 있다.
상상의 가치가 늘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보장은 없다. 책이 지적하듯, 인간은 필요 없는 일을 만들어 8시간을 채우는 가짜 노동을 만들 수도 있다. AI가 반복 업무를 줄였는데도 우리는 보고서의 보고서를 만들고, 회의의 회의를 만들고, 관리의 관리를 만들 수 있다.
그건 상상력의 실패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일을 무조건 늘리는 상상이 아니다. 좋은 일을 만드는 상상이다.
좋은 일은 사람의 삶을 조금 낫게 만든다. 누군가를 덜 외롭게 하고, 더 잘 배우게 하고, 더 건강하게 하고, 더 안전하게 하고, 더 아름답게 살게 한다. AI가 만든 생산성은 그런 일로 흘러가야 한다.
그래서 개인에게도 질문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지키려는 일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인가. 아니면 자동화되어도 괜찮은 반복인가. AI가 이 일을 대신한다면, 나는 어떤 더 좋은 일을 만들 수 있는가.
이 질문을 피하면 불안만 남는다.
이 질문을 붙잡으면 상상력이 생긴다.
생각해볼 질문
-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일자리의 상실인가, 아니면 새 역할을 아직 상상하지 못한 데서 오는 불안인가?
-
AI가 내 반복 업무를 줄여준다면, 그 시간으로 어떤 인간적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
우리 조직은 AI로 가짜 노동을 늘리고 있는가, 아니면 더 나은 삶에 가까운 일을 만들고 있는가?
결론: 세상이 우리를 속여도, 상상은 남는다
AI는 많은 일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일 전체를 사라지게 만들지는 못한다. 인간은 늘 의미를 만들고, 그 의미에 값을 매기고, 그것을 중심으로 새 사회를 만들어왔다.
불안은 현실적이다. 그러나 불안만으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라질 직업의 목록만 보는 것이 아니다. 새롭게 가치가 될 일의 목록을 상상하는 것이다. 더 나은 돌봄, 더 깊은 교육, 더 개인적인 창작, 더 따뜻한 서비스, 더 의미 있는 공동체, 더 짧고 더 좋은 노동.
사라지는 일자리의 개수보다 더 많은 새 일이 생길 수 있다.
단, 그 일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누군가 먼저 상상해야 한다. 누군가 이름을 붙여야 한다. 누군가 제도를 만들고, 시장을 만들고,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단순하다.
내 일이 AI로 줄어든다면, 그 빈자리에 어떤 더 나은 삶을 넣을 것인가.
그 질문이 AI 시대의 첫 번째 상상력이다.
Sources
Footnotes
-
World Economic Forum, “Future of Jobs Report 2025: 78 Million New Job Opportunities by 2030 but Urgent Upskilling Needed,” 2025-01-08. https://www.weforum.org/press/2025/01/future-of-jobs-report-2025-78-million-new-job-opportunities-by-2030-but-urgent-upskilling-needed-to-prepare-workforces/ ↩
-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Generative AI likely to augment rather than destroy jobs,” 2023-08-21. https://www.ilo.org/resource/news/generative-ai-likely-augment-rather-destroy-jobs ↩
-
OECD,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Labour Market in Korea,” 2025.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artificial-intelligence-and-the-labour-market-in-korea_68ab1a5a-en/full-report/the-impact-of-ai-on-the-labour-market_69793977.html ↩